반스 찍먹 : 애너하임 to 서울 / 반스학개론
2023-02-19 16:21
반스, 누구나 알지만 다는 알지 못하는 브랜드…현재 스니커즈 씬을 이끄는 큰 브랜드라고 한다면, 나이키 / 아디다스 / 뉴발란스 / 아식스 / ETC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해당 브랜드에 치우친 글만 쓰는 것이 필자도 아쉽게 느껴져 왔다. 하지만 해외 매체에서 주로 나오는 정보들과 소식을 전할만한 브랜드들은 저 몇몇 가지 브랜드들에 치우쳐있기에 모든 매체가 말하는 것이 공통적일 수밖에… 스니커즈 씬에는 전통의 강호들이 많다. 저 네 가지 브랜드 외에도 진짜 일반인들에게 어필하는 스니커즈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반스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단순 스케이트보드용 스니커즈라고 넘어가기엔 반스가 가진 헤리티지가 너무 아쉽다. 오늘은 잘 알지만, 잘 모르는 브랜드 반스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짚어본다. 마지막으론 대표적인 반스 신발 라인들 소개도!
초창기 : For the Boarder
본래 이름은 “Van Doren Rubber Company”라고 한다. 반스는 1966년 폴 반 도렌(Paul Van Doren)과 그의 친구들에 의해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설립되었다고 한다. 스케이트 보드와 서프 보드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스케이트보드는 사실 서핑에서 영감을 받아 태어났고, 초기 스케이트 보더 중 상당수는 파도가 좋지 않을 때 육지에서 동작을 연습하려는 서퍼들이었다고.
바닷가에서 약간 떨어진 (그리 멀지 않게) 애너하임은 어쩌면 스케이트 보딩 문화가 탄생하기에 최적의 동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66년 반스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신발은 Vans #44 데크 슈즈였다고 하며, 추후엔 우리가 아는 Authentic으로 불리게 되었다. 캔버스 갑피와 고무 밑창이 있는 단순하지만, 내구성이 뛰어난 신발은 보더가 신기에 최적의 신발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 반스는 기능성,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Era 모델을 선보였고, 70년대까지는 패션계에서의 영향은 미미했다고…
1980~1990 : Off The Wall의 시기
이 시기에는 반스는 스케이트 보드 문화뿐만 아니라 펑크 및 그런지 서브컬쳐 문화 사이에서 추종자들을 형성하게 된다. 1970년대 후반에 선보인 브랜드 특유의 그 체커보드 패턴은 펑크, 스케이터, 뮤지션 그리고 심지어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며 만인의 신발이 되어간다.
대표적으론 1982년 “리치몬드 연애 소동”이라는 하이틴 영화에서 숀 펜이 신고 나타나며 영화의 반항적이며 느긋한 느낌이 이 신발에 스며들어 Vans의 명성을 확고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국제적인 명성을 만들었지만, 이때 반스는 사실 치명적인 재정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반스의 저렴한 리테일 가격과 감당하기 힘든 생산비용은 결국 1984년 반스를 파산에 다다르게 한다. 1,200만 달러의 부채를 극복하지 못했던 반스는 조직개편과 3년간 임금동결 등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부채를 해결하고 87년 12월 위기를 극복해냈다.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록 스타들의 발에서 반스가 발견되며 본격적인 도약을 보여줬다고 한다. 반스 역시도 이런 세상의 흐름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 서부를 순회하는 트래블링 록 투어 “The Warped Tour”의 후원을 시작하며 반스의 스트라이프 아래 쿨병 도진 당시의 힙쟁이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아쉽게도 해당 투어는 2019년 막을 내렸다.)
영화와 팝 문화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며 “반스의 반항적인 무드가 묻어나기 시작한 시기였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
2000 ~ : Icon
반스는 아이콘이 되었다. 보더를 위한 기능성과 심플한 디자인과 독특한 반항적인 무드는 이제 런웨이와 고급 패션 잡지에서도 반스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패션계에 대한 반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마크 제이콥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주류 패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했다.
이제는 슈프림 인수로 우리에게 익숙한 VF Corp가 2004년 반스를 3억 9,600만 달러에 인수해버렸다. 20년 전 1,200만 달러로 고생했던 반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와우. 액션 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였던 반스가 VF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글로벌 회사의 소속이 된 반스는 이제 다른 브랜드들과의 커넥션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데, 반스가 지속해 협업한 브랜드/프랜차이즈 리스트를 보면 200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협업의 양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Supreme - 1996년
- WTAPS - 2006년
- Stüssy - 2010년
- Disney - 2013년
- Comme des Garçons - 2013년
- The North Face - 2015년
- Peanuts - 2017년
- Van Gogh Museum - 2018년
- National Geographic - 2020년
- Sandy Liang - 2020년
- Kenzo - 2020년
- MoMA - 2020년
- SpongeBob SquarePants - 2020년
- Opening Ceremony - 2021년
- Dime - 2021년
- Noah - 2021년
단발성으로 진행한 협업도 분명 사이사이에 있겠지만, VF 인수 이후 반스의 행보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은 이런 리스트를 보면서도 추측해볼 수 있다. 보더를 위한 기능성 신발에서 힙스터를 위한 신발 그리고 대중화의 단계에 와버린 반스는 이제 “House Of Vans” 를 지역 거점으로 열면서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액션 스포츠, 뮤직, 아트, 스트릿 컬쳐에 대한 영향력을 더 굳건하게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반스학개론은 이 정도로 끝마치고 마지막으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반스의 아이코닉한 실루엣 5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끝마친다.
- Authentic : 반스의 시작과 끝. 심플한 캔버스 갑피, 시그니처 와플 트레드, 평상복에도 어울리는 최고의 반스 신발
- Old Skool : 어쩌면 어센틱 모델보다 이제는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스웨이드와 캔버스 갑피, 지지력과 유연성을 위한 패딩 칼라, 반스의 시그니처 로고인 사이드 스트라이프. 어센틱 이후 탄생한 최고의 스케이트 슈즈로 알려져 있다.
- Sk8-Hi : 2번 올드 스쿨의 하이탑 버전으로 만들어진 제품, 발복 안정성을 위해 태어난 하이탑 칼라 부분엔 협업 브랜드들의 로고나 프린팅이 새겨지기도 한다.
- Slip-on : 반스의 필수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플하고 다재다능한 실루엣.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아무래도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신축성 있는 측면 밴딩이 아닐까? 슬립온이야말로 스케이터부터 패션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착용했고 편안함과 스타일로 계속해서 선택 받는 제품이다.
- Era :1966년 탄생했던 어센틱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뒤꿈치에 패딩이 추가되어 편안함과 지지력을 제공한다. 어센틱보다 색상과 패턴이 다양해 조금 더 다양한 스타일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신발.
글 : 오잇힝 (사진 출처 Vans / 하단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