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자연으로 : ACG 찍먹해보기!
2023-02-26 01:43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 ‘고프코어’라는 트랜드는 이제 다가온 신선한 트랜드이다. 물론 작년 가을/겨울 내내 들었던 키워드이지만, 필자 같은 일반인에겐 이제야 체감되는 최신 패션 트랜드이다. 이러한 시점에 최근 필자의 눈을 가장 즐겁게 하고 주머니를 열게 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custodynsale 이라는 계정이다.
유튜브 채널 롸형의 전당포의 크루들 (퓨쳐랩) 직원들의 아카이빙 실력을 볼 수 있는 계정인데, 그들이 가져오는 제품의 퀄리티나 가격, 설명이 꽤 대단하다. 고프코어 트랜드를 인제야 즐기는 필자로서는 이 계정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제품군은 아무래도 올드 파타고니아 제품들과 나이키 ACG 제품들이다. 파타고니아는 둘째 치고 올라오는 ACG제품들을 보니 그 시작이 궁금해졌다. 나이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트랜드를 따라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ACG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ACG : All Conditions Gear
1981년 나이키 하이킹 라인이 출범하고, Lava Dome/Magma/Approach가 탄생했다. 이제는 잊혀져버린 ACG의 전신인 이 제품군은 러닝 및 가벼운 운동 카테고리에 멈춰있던 나이키의 카테고리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하이킹 라인에서 보여준 아웃도어 카테고리에서의 가능성은 1989년 Nike ACG를 탄생시켰다.
Peter Fogg가 키를 잡은 ACG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 Tinker Hatfield, Toren Orzeck, Peter Fogg와 같은 디자인 부서의 핵심 인력을 활용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다른 브랜드들에서 전형적인 등산화밖에 내지 못했던 것과 다르게 ACG는 그동안 없던 디자인의 등산화들을 탄생시키기 시작했고 시장의 주목을 한눈에 받기 시작했다.
ACG가 걸어온 길
당시 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두려워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제품들을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주요하게 사람들에게 통했던 것 같다. 가장 처음 탄생했던 Air Mowabb의 경우로 예를 들 수 있는데, 당시 트래킹화에서 사용하지 않던 도발적인 컬러 사용으로 눈에 띄는 등산화라는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내고 ACG 디자인의 길을 열었다.
90년대 들어서 사람들의 활동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격해지기 시작했다. 산악자전거, 암벽 등반, 카약 등 아웃도어 활동에 일반인도 쉽게 접근하게 되고, ‘대자연’을 즐기는 문화가 점점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하고 있었다. 스테이케이션이라는 단어도 생겨나고 본인만의 정박지에서 자연을 즐기는 문화 속 ACG는 강을 건너고 수상 활동을 위해 디자인된 Air Deschiutz 샌들을 출시했다. 타 브랜드의 샌들과 달리 견고한 아웃솔을 가진 에어 데슈츠는 ACG를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1997년엔 오프로드 달리기용으로 디자인된 Air Terra Albis 모델을 선보였다. 견고한 밑창과 통기성이 뛰어난 갑피로 러너와 트레일을 즐기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착화감으로 큰 인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이 제품… 지금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요즘 유행하는 트레일 러닝의 시초가 되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뉴발란스의 99x 시리즈가 살짝 보이는 것 같기도…?
비슷한 시기인 1996년 Air Humara 모델이 탄생했다. 97년으로 지금까지 알려졌으나 2월 28일 출시하는 에어 휴마라의 이야기를 찾아보니… 1996년 처음 탄생한 OG 컬러라고 한다. 견고한 아웃솔과 통기성이 뛰어난 메시 소재로 편안함을 더했다. 사실 필자가 신어본 나이키 신발 중 착화감 방면에서 최고의 신발이라고 꼽을 정도로 착화감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니… 2월 28일 OG 제품을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Heyday of ACG
2000년대 들어 ACG의 인기는 점점 시들어 들었다. 필자의 글을 좀 읽어본 사람들은 알 수도 있지만 2000년대부턴 Nike가 SB 라인을 내놓고 NikeSB에 모든 것을 걸고 총력전을 펼쳤기에 사실 2000년대 이후에는 주로 90년대 제품들의 레트로로 명맥을 유지하는 식이었다. 2008년 Air Zoom Tallac Lite 모델을 내놓기는 했으나, 사실 이 제품을 기억하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는 ACG에게는 암흑기였으나, 이 암흑기를 뚫어낸 사람이 등장하는데….
바로 아크로님의 수장 Errolson Hugh 형님이시다. Nikelab ACG 로 재편성된 브랜드에 부임 직후 ‘에롤슨 휴’는 산을 형상화한 새로운 ACG 로고를 브랜드에 도입하고 트레일과 도시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의류들을 브랜드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테크웨어 기반의 다재다능했던 당시의 의류들은 2010년대 후반 빛을 발하며 ACG의 명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에롤슨 휴가 ACG에 부임하던 당시의 의류들을 살짝 보면 디자이너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건 트레일이 아니라 테크웨어잖…
2018년 ‘에롤슨 휴’의 통치가 끝난 ACG는 이제 기능보다는 순환을 이야기하는 컬렉션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에롤슨 휴가 선보였던 테크웨어 디테일이나 PrimaLoft 나 Gore-Tex같은 직물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ACG를 지금까지 전개하고 있다.
Conclusion
나이키의 서브 브랜드이지만, 1989년 창립 이래 나이키에서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룬 브랜드는 ACG가 아닐까 싶다. 1982년의 Air Force 1 제품이 지금까지 동일한 디자인과 속성을 지니고 발매되는 것과 달리 ACG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술적인 진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군을 내놓고 있다. 테크웨어가 유행할 때도, 고프코어가 유행할 때도 ACG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고프코어가 세상을 뒤흔드는 지금, ACG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 아닐까? 필자가 이정도로 생각할 정도이니…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필자처럼 빈티지 찾는 변태 같은 짓보다는… 신상들도 충분히 이쁘고 좋으니… 앞으로 전개될 ACG 제품들을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