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응모에서 매주 떨어지는 이유
2022-05-13 21:35우리가 매주 떨어지는 이유.txt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씩 꼭 패배의 눈물을 마시며 산다. 이전까지만 해도 어쩌다 한번씩은 줬던 것같은데… 언제가 첫번째 응모였는지 이젠 아늑할 정도로 꽤 오랜 시간 주말은 Nike The Draw에 빠지지 않고 응모해왔다. 당첨의 순간은 극히 희박했다. 최근들어서는 더욱 낮아진 드로우 당첨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
어쩌다 한번 주던 나이키는 더이상 우리에게 당첨의 달콤한 꿀을 주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드로우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받는 것은 이제는 지겨워진 대충 미안하다는 문자? 다음에 또 참여해달라는 그런 씁쓸한 위로뿐
왜 이렇게 신발사기가 어려워진걸까? 드로우는 운이라 그렇다 치자. 왜 선착순도 어려워진거지? 여러 이유를 들어 설명해보려 했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모두 귀결된다. 이것은 신발의 대중화의 길에서 어쩔수 없이 튀어나오는 현상이라는것.
Prologue
스니커즈는 대중의 문화는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당신들! 점점 커지는게 보이지 않아? 이 작은 나라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플랫폼이 몇개인가? 검/흰 범고래는 이제 매니아만 원하는 신발이 아니다. 대중들이 이 시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매니아들만이 가치를 정하고 평가하던 시장에서 이젠 대중이 가격을 결정하고 평가한다. 범고래가 30만원이 넘는 신발인 것을 이젠 사람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왜 119,000원 따위의 신발이 3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야하는지 사람들은 이해했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이 스니커즈가 아닐까? 근본을 외치며 애써 눈길 한번 안주던 이 조던 1 미드 ‘스모크 그레이’는 지금 우주를 걷고 있다. 대중은 이쁜 신발에 돈을 쓸 준비가 되었고, 이젠 가장싸게 살수있는 방법을 찾았다. 음 단적인 예로 신발에 관심없을것 같은 친구도 네이버 ‘크림’은 알거다. 말 다했지뭐.
- 업자
대중화의 맥락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이 소비하고, 돈이 몰린다. 그럼 장사를 해야지. 신발이 관심이 있던 없던, 이 시장은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쉽게 돈을 크게 만질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간단하게 신발을 정가로 구할수만 있다면, 큰 부자가 될수 있을 것 같은 시장이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꾸 범고래로 예를 들어서 고래한테 미안한데, 119,000원에 범고래를 구해서 당신이 벌수 있는 순수익은 20만원에 육박한다. 와 한족에 20만원? 2족, 3족, 4족, 5족이라면? 벌써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우리에게 올리 없다.
업자가 없어지려면, 이 리셀 시장이 없어져야 한다. 모두 정가로 거래되고, 신발이 넘쳐 흐르고, 매장이나 온라인 샵에 내가 원하는 신발이 정가에 있으면 이런 업자들은 사라질 것이다. (다른 무언가 생길수도 있지만…일단..) 근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소위 마니아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럼 이 신발도 재미 없을걸…?
어떤 물건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이지만, 이 시장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물건이라는 점에서 그 매력을 찾는다. 그렇다고 너무 적어서도 안되고, 대중들이 알아줄정도, 적당히 이쁘고 적당히 적어야… 우리가 가장 원하는 스니커즈가 된다고 느낀다. 약간 다크모카처럼…?
마니아들의 문화를 해치는 행위라고…?
범고래를 운좋게 정가에 구했다. 드로우 알림이 온다. 시간 여유가 있다. 참을수 있는가? 이건 못참지~
돈을 위해서 무엇인가 하는것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어렵다.
나도 알지 그들이 미운거… 욕할순있지…근데 참~ ㅎㅎ
- 용돈벌이
리셀은 아름답다. 약 6년 전부터 주식과 같아졌지. 적정가에 매입 후 적당히 시기를 봐서 팔면, 큰 이익을 볼 수 도 있다. 이런 큰 그림은 업자나 마니아들의 영역이라고 치자. 매주 열리는 드로우는 누군가에겐 용돈벌이가 될수 있다. 신발에 관심은 없는데, 한족 당첨되면, 20만원 번대~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다.
스니커즈 커뮤니티가 아닌경우에도 스니커즈 드로우 알림을 하는 곳이 많다. 댓글을 보면, 덕분에 당첨되서 용돈벌이 했다는 훈훈한 후기가 넘친다. 어쩌다한번, 그냥, 재미삼아, 용돈벌이 하려고, 옆에서 하길래, 누가 하라길래 이 시장에 잠깐 왔다가 가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 분들을 뭐라할수 없다. 누군가에겐 매주 하는 로또 같은 느낌일수 있으니까. 뭐라할필요가 없다. 브랜드는 판매만 하면되지, 누구한테 파는지는 상관없다.
- 정보의 접근성
많은 국내 스니커즈 정보 페이지는 이 시장이 대중화 되며, 가장 큰 수혜를 받지 않았나 싶다. 인스타그램 정보 페이지들은 팔로워가 늘었고, 유튜버들은 구독자가 올랐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곳도 인터넷 여기저기 퍼져있던 발매 정보를 한번에 알려준다. 알기 쉬워졌고, 참여하기 쉬워졌다. 그러면? 대중들은 반응한다.
이런 대중적인 정보만 정보인가. 조금더 깊게 파고들어보면, 쿡그룹이라 불리는 그룹이 국내에 존재한다. 왜 이름이 쿡그룹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그룹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인터넷 이면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엄청 비밀리에 이뤄질 것 같지만, 당신도 돈내면 들어갈 수 있다. 그들은 정보를 돈을 주고 샀고, 더 쉽게 온라인에서 접근할수 있는 방법을 안다.
더이상 이 시장에 나만아는 정보는 없다. 선착순 정보는 오프라인 매장 스탭의 지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 할거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고, 똑똑한 IT인재들이 넘친다. 스니커즈 시장엔 돈이 흐르고, 그걸 놓칠 바보는 없지.
예전에 스니커즈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걸 올리시면 어떡해요. 이러면 다 사잖아요.
너무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본인만 아는 정보는 없다.
- 리셀 플랫폼
대한민국 스니커씬 대중화의 일등공신이라고 할수 있다. 난 그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은 돈을 찾다 이곳에 정착했다. 대기업들이 사람들에게 더욱 쉬운 경로를 열어주었고, 사람들은 이용할 뿐이다. 업자, 용돈벌이, 마니아, 일반인 가릴 것 없이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플랫폼은 누가 물건을 사고, 파는지 상관할바 아니다.
크림의 물류량에 대해 살짝 들어본적이 있는데… 듣자마자 든 생각은 “이좁은 땅에서 그렇게 많이 거래된다고?”였다. 플랫폼의 정체성은 정보의 접근성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산 신발이 얼마에 거래되는지 모두가 알게되었다. 요즘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서 역대급 꿀매를 찾기 힘든 이유가 이것때문 아닐까?
- 봇
누구나 그 존재에 대해서는 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영역이기도 하다. 정말 직관적인 봇도 있고 고도의 세팅이 필요한 봇까지 봇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내가 미리 마우스 클릭할것을 지정해, 창이 열리자마자 사이즈 선택부터 약관 동의 까지 모두 기계의 속도로 해주는 Xpath 세팅부터, 라플 봇, 그리고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영역까지…봇은 다양하다.
국내에선 다행이도 이니시스 결제라는 큰 장벽이 있어, 해외의 쇼피파이기반 사이트 처럼 봇이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2021년 말 현재는 좀 다른 양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다시한번 말하는데. 대한민국 IT인재들은 정말 똑똑하다. 혹시나 있을 해외나 국내 편집샵의 기습 드랍을 당신이 본적도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얼마전 트레비스 스캇 x 프라그먼트 x 에어 조던 1 의 해외 라플에 라플 봇이 사용되어 큰 화제가 됐었다. 봇때문에 못샀어요~ 라는 말이 그사람이 구매에 실패한 전부는 아니지만, 일종의 영향을 주긴 했을거다. 만약 선착이 극히 드문 나이키 코리아도 봇이 돈다면, 아마 잠시후의 압박에 못이기지 않을까…
Epilogue
약 5가지의 이유를 들어보았는데, 위에서 말했듯이…스니커즈 세상은 이제 돈이 굴러가는 세상이 되었다. 부정할수 없다. 더이상 신발이 정가에 완판되어 우와~하는 세상은 지났고, 리셀가가 그 신발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장이 되었다. 이미 그랬다고? 그런데, 그때는 우리만 알았잖아? 이제는 슬슬 부모님세대도 이 미친 시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뛰어들었고, 사람들은 이해했고, 돈은 소비되고, 업자들과 용돈벌이 해보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그들을 부정할수는 없다. 여긴 자유 민주주의니까. 더이상 어떤 재화는 한 특정 범위의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시장은 지났다. 레고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재태크 수단이 된 것처럼. 신발도 변했다. 과도기를 거쳐서 성숙해지고 정착된 문화가 되겠지.
어떠한 문화든지, 세컨드 마켓을 부정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세컨드 마켓의 지표가 문화의 성장률을 보여주기도 하니까. 하나의 부작용…? 부작용도 너무 부정적이라 별로이긴한데… 이젠 인정할때가 된것 같다. 대중화가 있어야 하입도 있다. 나만 아는 멋은 이 씬에서는 재미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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